러시아어권 이주민을 중심으로

충북대학교 러시아언어문화학과
김태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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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문화다양성 주간 충북 문화다양성 포럼에 초청해주신 충청북도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
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충북대학교 러시아언어문화학과 교수 김태옥입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문화다양성 포럼 : 러시아어권 이주민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고려
인의 현황과 우리 시대의 고려인 역이주 및 통합을 위한 지원 방안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오.
늘 고려인에 대한 내용을 말씀드리기에 앞서, 우리가 이 자리에서 문화다양성 포럼을 주관하
게 된 이유와 이러한 주제를 충청북도 도민 여러분들과 공유해야 하는 배경에 대해 먼저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2006년 유엔인구포럼에서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2750년에 사라질 인구소멸 국가 1
호로 대한민국을 지목하였습니다. 2013년 발표된 『이주의 시대』라는 책에서 호주 시드니 대학
의 스티븐 캐슬 교수와 미국 델라웨어 대학의 마크 밀러 교수는 한국이 이민을 필요로 하는 국
가가 되었으며, 이민은 급변하는 한국 사회의 중요한 특징이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그 이후 약
400조 원 가까운 예산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투입되었지만,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여전히
0.07명에 그치고 있으며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전체 인구의 20%를 넘고 있습니다. OECD에
서는 자국민 인구 대비 이민자 비율이 5%를 넘을 경우 이를 ‘이민국’이라 부릅니다.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은 260만 7,803명으로, 2014년 대비 47% 증가했으며 전체 인구 대비 5.2%를 차지하
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가 이미 ‘이민국’으로 분류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
미합니다. 우리가 직면한 인구소멸과 지방소멸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
은 바로 이민정책임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오늘 포럼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이주민을 단순한 이방인이나 노동
자가 아닌, ‘우리의 이웃’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2025년 3월 말 기준 충청북도의 총
인구는 164만 8,631명이며, 그중 주민등록 인구는 159만 510명, 등록 외국인 수는 5만 8,119명으
로 전국 대비 3.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년 대비 약 1,000명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충청북
도는 출입국·이민관리청 유치를 위한 준비 작업에 본격 돌입했으며, 지역사회 인구감소 대응
및 외국인 인재 유치를 위한 지역 특화형 비자 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2023년 12월에는 외
국인 주민 지원 조례를 제정하였고, 2024년 7월에는 외국인 정책 추진단을 설립하여 외국인
유학생 1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청주시도 외국인 사회통합팀 신설(2021년 7월),
외국인 주민 지원 조례 제정(2022년 5월), 외국인 주민 지원센터 개소(2023년 4월), 계절근로자
지원 조례 제정(2023년 6월)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제천시는 2023년 4월 고려인
2025 충북 문화다양성 브메스쩨 Vmecte 등 재외동포 주민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최근 3년 내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로부터 고려인 1,000여 명의 이주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2023년 10월 발간된 충청북도 사회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충북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생활 만족도를 살펴보면 보통이 51.2% 약간 만족이 24.5% 매우 만족이 12.6% 등 전체적으로 보통 이상을 차지한다는 비율이 90% 이상을 넘어서고 있는 것을 알 수 있겠습니다.


충북 거주의 가장 힘든 점으로는 언어 소통과 사회적 편견, 정서적 어려움, 구직난을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충북 정착을 위한 필요한 지원 사항으로는 일자리, 언어교육, 자녀교육, 주택 등을 그러한 항목에 추가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서 특히나 고려인, 이주민에 대한 내용을 살펴봐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잠시 동안 일시적으로 체류하고 떠나는 그러한 계절 노동자나 그러한 부류의 이주민이 아니라 충청북도 사례조사 보고서에서 보고 있는 것처럼 충북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대부분이 본국으로 귀국 대신 대한민국, 특히 우리 충북지역에 남아서 거주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데에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들의 통합과 지원은 지역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먼저, 오늘 말씀 드릴 세 가지 주요 내용 중에서 고려인에 관한 부분을 먼저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종종 고려인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만, 실제로 고려인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재외동포청에서는 전 세계에 거주하는 고려인을 약 55만 명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다만, 사할린 한인의 경우에는 고려인 동포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이를 반영하면 전 세계에는 약 51만 명의 고려인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고려인은 ‘고려 사람’이라는 뜻이며, 다양한 명칭으로도 불리고 있습니다. 한인들의 첫 이주는 1863년 12월에 이루어졌습니다. 러시아의 공식 문헌에 따르면 1864년 1월, 한민족이 연해주 지신호에 14가구 65명이 집단으로 이주하여 정착하였다는 보고가 있어, 1864년을 한인 이주의 원년으로 삼고 있습니다. 초창기 한인들의 러시아 지역 이주는 1860년대 조선 정부의 탐관오리들의 횡포에 밀려, 연해주 지역으로 이주할 경우 땅이 제공된다는 소문을 듣고 이루어졌습니다. 1860년대부터 1880년대까지의 이주는 주로 경제적 목적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반면, 1910년 일제에 의해 조선이 강제 병합된 이후에는 조선 내에서 독립운동을 펼치기 어려워진 독립운동가들이 연해주로 이주하여, 그곳에서 독립운동을 이어가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의 이주가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매년 1만 명 이상의 한인이 이 지역으로 이주하였고, 이를 통해 연해주 지역을 개발하고자 했던 러시아 정부는 한인 인구의 급격한 증가에 당황하게 됩니다. 러시아 정부는 이 지역이 향후 한인들에 의해 점령될 수 있다는 공포심을 갖게 됩니다. 1937년 8월 21일, 스탈린과 몰로토프는 한인들을 대상으로 강제 이주 정책을 펼쳤고, 수많은 한인들이 연해주 지역에서 124대의 화물열차에 실려 중앙아시아 일대에 버려지게 되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래서 ‘고려인’이라고 하면, 주로 함경도, 평안도 일대, 즉 현재 북한 지역에서 연해주로 이주하였다가 1937년 9월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한인들과 그 후손을 의미합니다. 고려인들은 당시 연해주 지역에서 추수를 앞두고 있었는데, 중앙아시아 지역은 반사막 지대로 제정 러시아 시대부터 원주민 외에 유럽인의 유배지로 유명했던 곳입니다. 그곳으로 강제 이주당한 한인들은 첫해에 추위와 기아, 장티푸스, 말라리아 등으로 약 1만 6천 명에서 5만 명이 사망하게 됩니다. 이주 당시 전체 이주민의 약 4분의 1이 이동 중 사망하였다는 보고서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처럼 많은 수가 다시 한국으로 이주하게 되었을까요? 이러한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이후 러시아 경제는 급격히 추락하게 되었고, 중앙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이슬람 민족주의 부흥과 주류 민족 중심의 언어 정책이 강화되었습니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에서는 여전히 러시아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자국 중심의 언어교육을 실시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러시아어밖에 구사하지 못했던 고려인들은 공공기관 취업이나 교육기회에서 배제되면서 한국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대한민국의 경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K-pop을 비롯한 한류 콘텐츠가 중앙아시아 지역에 널리 알려지면서 고려인들은 한국으로의 이주를 진지하게 고려하게 됩니다. 특히 중요한 이유는 고려인들이 대한민국 사회로부터 자신들을 ‘같은 민족’으로 인식받고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인식은 많은 고려인들이 한국을 선택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2009년 당시 고려인 분포를 살펴보면, 우즈베키스탄에 약 17만 8천 명, 러시아에 약 14만 8천 명, 카자흐스탄에는 10만 명 이상, 키르기스스탄에는 2만 5천 명, 우크라이나에도 2만 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이 시기 대한민국은 고려인을 매우 적게 수용하고 있는 국가였습니다. 하지만 2013년 5월 기준으로는 우즈베키스탄 17만 4,200명, 카자흐스탄 10만 8천 명, 그리고 2025년 현재 대한민국에는 약 12만 명 가까운 고려인이 정착하면서 전 세계에서 우즈베키스탄 다음으로 많은 고려인을 포용하는 국가가 되었습니다. 영국의 여러 지역에도 약 26개 정도의 고려인 마을, 즉 고려인 집단 거주지가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청주지역의 사례를 보면 청주고등학교와 사창사거리를 중심으로 사창동과 봉명동 일대에 고려인이 밀집 거주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그룹만 보아도 청주와 진천을 포함한 러시아어권 지역 커뮤니티 계정이 40개가 넘습니다. 청주지역에는 러시아 상권도 형성되어 있어, 러시아권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빵가게, 식료품점, 각종 교육시설 등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러한 러시아 관련 상업시설들이 충북 지역 전반에 분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거 충북대학교 인근에는 ‘루스끼돔’이라는 러시아어 학원도 존재했으며, 러시아의 학제와 동일하게 1학년부터 10학년까지의 전과정을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이 학원이 문을 닫았고, 최근에는 사창사거리 인근에 다른 학원이 새로 들어선 상태입니다.


고려인들의 이주형태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고려인의 가족 이주 형태를 살펴보면, 최초에 한 가족의 아빠 혹은 엄마가 먼저 한국행을 선택하게 됩니다. 한국에서 직장을 얻은 배우자가 중앙아시아에 남아 있는 자신의 배우자를 초청하고, 맞벌이 부부로서 한국에서 생활을 시작합니다. 한국의 교육 여건이 좋다는 판단 하에, 모국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 아래에서 자라고 있던 자녀를 한국으로 초청하게 되고, 이후 낮 시간대에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어 결국 모국에 남아 있던 조부모까지 초청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청주와 충북 지역을 포함한 고려인 밀집 거주 지역에서는 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3대 동거’ 형태가 다수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려인 가정을 대상으로 한 지원 프로그램은 지역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며, 지역사회와 고려인들 간에도 좋은 관계가 형성된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이 자리에서는 그러한 긍정적인 사례보다는, 고려인들과 이들을 둘러싼 선주민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어려움과 문제를 살펴보고, 함께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초기 이주자들은 대부분 생계를 위한 목적, 즉 노동을 위해 한국행을 선택했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로 인해 바다나 놀이공원 등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아이들도 있고, 부모의 정서적 돌봄을 충분히 받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최근 들어 러시아권 이주민 학생 수가 증가하면서, 초기에는 한국어를 잘했던 학생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집단 중도입국이 많아지면서 한국어 교육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또한 이들 학생은 주변에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친구들과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학교와 사회에서 한국어를 배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배울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상황이 많습니다. 일부 기관에서는 이주민들이 언어 문제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다양한 언어로 번역된 안내자료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것이 오히려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번역은 필요하지만, 모든 것을 번역해 제공하는 방식은 오히려 이주민들이 스스로 언어를 익힐 동기나 환경을 빼앗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고가 필요합니다.


어떤 학교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스빠씨바(Спасибо)’는 러시아어로 ‘감사합니다’라는 뜻입니다. 어느 날 한국인 학생과 고려인 학생이 말다툼을 하면서 싸우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한국인 학생은, 이 친구가 먼 타국까지 와서 공부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까워, 먼저 사과하고 싶어서 “미안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고려인 학생이 무언가 러시아어로 대답했는데, 그 말을 들은 한국인 학생은 교무실로 달려가 서럽게 울었다고 합니다. 러시아 친구가 욕을 했다고 오해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실제로는 “스빠씨바(감사합니다)”라고 말한 것이었죠. 이렇듯 아주 사소한 언어적 차이로도 큰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방과 후 시간에도 문제가 이어집니다. 부모들이 생계로 인해 자녀들을 돌볼 시간이 없기 때문에, 남겨진 아이들이 많습니다. 한국인 학생들은 대부분 학원을 늦게까지 다니는 경우가 많지만, 고려인 자녀들은 그러지 못해 어린이 공원이나 놀이터 주변에 집단으로 모여 함께 노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익히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담배, 폭력, 피시방, 심지어 성적인 문제에까지 노출될 수 있는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고려인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직접적으로 드리워진 어려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초기에 생계를 위해 이주한 부모들 중에는 이주 당시 책이나 교육 자료를 충분히 챙기지 못했던 경우가 많았고, 이러한 상황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한국어는 물론 러시아어 책조차 접하지 못하고 사회로 나가게 되는 상황은 우려스럽습니다. 이런 아이들이 한국어도, 러시아어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이중언어 사용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두 언어를 동시에 배우고, 책을 접할 수 있는 도서관이 꼭 필요합니다. 특히 이민청 유치를 목표로 하는 충청북도에서는 이러한 도서관 설립을 하나의 모델로 제시할 수 있으며, 이는 분명 긍정적인 정책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뿐 아니라 출산한 여성들의 산후 우울증 문제나 재취업 문제도 있습니다. 또한 모국에서 여생을 편안히 보내야 할 고려인 할머니들이, ‘모국’이라는 이름의 한국에 왔지만 언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 낯선 환경 속에서 손주를 기다리며 놀이터에 앉아 있거나, 아무 할 일 없이 시장을 배회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우리는 단순히 초등학생, 중학생, 청소년에게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세대와 성별을 아우르는 전방위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러시아에서 약 7년 반 정도 거주했는데, 그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술에 취한 고려인이나, 길거리에서 비틀거리는 고려인, 혹은 불명예스러운 모습을 한 고려인을 본 적이 없습니다. 러시아나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는 이런 모습을 대단히 불명예스러운 일로 여깁니다. 그런데 우리 충북, 특히 청주 지역에서는 술에 취한 고려인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무엇인가 우리 사회와 고려인 사회 사이에 맞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려인들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지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려인 아이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가 우즈베키스탄에서 왔다고 하면, 주변에서는 “그럼 우즈벡어도 잘하고 러시아어도 잘하겠네?”라고 묻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려인은 러시아어만 구사할 수 있습니다. “너는 왜 우즈벡 사람인데 러시아어를 하니?”라는 질문에 아이들은 쉽게 답하지 못합니다. 어른에게는 단순한 문제일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또한, 우리는 고려인을 같은 민족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제 여권에는 ‘외국인’, ‘우즈벡인’, ‘러시아인’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은 ‘나는 한국인인가, 러시아인인가, 우즈벡인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게 됩니다.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시대의 문제는 방금 말씀드렸던 다양한 이슈들로부터 출발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은, 마치 고려인 밀집 거주지가 ‘섬’처럼 고립된 공간이 되어버린 현실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 충북 지역의 선주민들이, 이러한 고려인 이웃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제가 오늘 여러 가지 제안이나 사례들을 드릴 수 있겠지만, 우리 충북대학교와 우리 학과에서 하고 있는 활동들을 한번 참조해 보시고, 이러한 실천들이 우리 사회에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생각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청주시와 협의를 통해, 청주시에서 제기된 쓰레기 분리수거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한 바 있습니다. 저는 러시아에서 오랜 시간 살아봤지만, 러시아에는 분리수거 제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처럼 한국인인 저에게도 분리수거는 쉽지 않은 문제였습니다. 하물며 평생을 러시아나 중앙아시아에서 살아온 이주민들에게는 분리수거가 익숙하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이 문제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차이에서 비롯된 문화적 충돌은 선주민과 이주민 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충북대학교 러시아언어문화학과에서는 청주시와 협의해 생활쓰레기 분리배출 가이드를 러시아어 리플릿으로 제작해 배포했고, 이 공로로 청주시로부터 상장도 받고, 환경부로부터도 표창을 수여받았습니다.
또한, 청주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고려인들이 우리 문화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 콘텐츠도 함께 제작해왔습니다. 오장환 문학관과 협력하여, 러시아와 인연이 깊은 오장환 시인의 마흔네 편 한국 동시를 러시아어로 번역해 출판했고, 정지용 문학관 리플릿 역시 러시아어로 제작하였습니다. 청주시 관광안내지도도 러시아어로 번역해 발간하였습니다.


제가 고려인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13년 2월, 러시아에서 귀국한 시점이었습니다. 당시 청주 지역에는 막 고려인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던 시기였는데, 우리 마을 인근에서 러시아어가 들려와서 나가보니 대부분이 러시아, 생활쓰레기 분리배출가이드 러시아어 리플릿 제작, 청주시 문화지도 러시아어 번역 발간 및 중앙아시아에서 이주해온 고려인들이었습니다. 특히 많은 이들이 어린 자녀들을 동반하고 있었는데, 놀이시설을 이용하고 싶다며 자주 전화가 오곤 했습니다. “파벨, 어디 놀이터를 가야 할까? 물놀이장에 가고 싶은데 어디가 좋아?” 저도 자녀를 키우고 있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쉽게 대답해줄 수 있었지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은 바뀌었습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하거나,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갈 시기가 되면서, 전화의 내용도 달라졌습니다. “우리 아이가 중학교에 올라가는데 어느 학교가 좋아요?” “고등학교는 어디가 좋을까요?”처럼, 보다 깊은 교육 정보에 대한 요청이 많아졌습니다. 저는 청주가 고향이 아닌 데다 중고등학교를 오래전에 졸업한 사람으로서 쉽게 답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우리 학과 학생들과 함께 어떤 중학교, 고등학교가 있는지 정보를 모아 조언을 드릴 수 있도록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고등학교를 선택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은, 중고등학교를 이미 오래 전에 졸업했고, 청주가 고향이 아닌 저로서는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학과 학생들을 모아, 어떤 중학교나 고등학교가 좋은지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이를 바탕으로 조언을 드릴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저는 고려인 문제라는 것이 단순히 교육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향후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고려인 문제에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우리는 직지 고인쇄 박물관과 법주사, 청주시 전역이 담긴 문화지도를 러시아어로 제작해 시청에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학과의 홍보 리플릿 역시 러시아어로 제작하였습니다. 누군가는 “왜 굳이 학과 홍보 리플릿까지 러시아어로 만들어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충청북도국제교육원 다문화교육지원센터, 그리고 다문화교육정책학교들의 현황을 보면, 왜 그것이 필요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유치원 20개원, 초중고 20교, 그리고 한국어 학급이 설치된 학교는 총 28교에 이릅니다. 이만큼 많은 학교에서 러시아어권 학생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는 뜻입니다. 2024년 4월 1일 기준 외국인 가정은 2,002가구에 달하며, 이 중 대부분이 러시아계 외국인 이주민 가정입니다. 2023년 4월 1일 자료를 보면 1,400명이었는데, 1년 사이 600~700명이 증가하였습니다. 이 증가된 인원 대부분이 러시아권 고려인 동포였습니다.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충북 청주에서 교육을 받은 청소년들이 대부분 대학 진학을 위해 서울로 이동합니다. 외국인 전형으로 인해 입학은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지만, 지역에서 애써 길러낸 우수한 인재들을 꼭 서울로 보내야만 하는 것일까요? 우리 충북지역이 이 청소년들을 품고, 이곳에서 대학에 진학시키고 취업까지 연계하여, 지역의 일원으로 남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우리는 학과 리플릿을 러시아어로 제작해, 고려인 학생들과 그 가족들이 우리 학과와 학교를 보다 쉽게 이해하고 진학까지 고려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그리고 충북 청주시립합창단의 후원을 통해 문화예술 공연 ‘바람’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권 이주 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업 보조, 도우미 멘토링 사업도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우리 대학생들이 직접 기획해 학습활동과 방과 후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 학과에서는 처음으로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고려인 대학생을 통해, 러시아권 이주 초등학생들을 위한 특강을 진행하였습니다. 제가 평생 강의를 해오면서 이렇게 뜨거운 반응을 얻은 강의는 처음이었습니다. 이 강의에서 대학생 언니는 한국 사회에서 어떤 전공을 했고, 한국 친구들과 어떻게 지냈으며, 어떻게 한국어를 배웠는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꿈과 롤모델이 필요한 초등학생들에게 매우 큰 울림을 주었고, 당시 특강을 마치고 돌아가는 언니의 전화번호를 아이들이 하나씩 가져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방과 후 숙제 도와주기, 동화책 읽어주기, 초등학생들과 함께하는 한국문화 탐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2년에는 중도 입국한 고려인, 한국인, 몽골 초등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는 ‘다사랑 뮤직 힐링 페스티벌’을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대성중학교에서는 매년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전학년을 대상으로 러시아 문화이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중학교와 고등학교 일대에서 진로지도 교육을 함께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교육은 우리 학과에 재학 중인 고려인 동포이자 유능한 학생인 파쉬니나 야나, 신 발레리아 학생이 직접 참여하여, 후배들에게 실질적인 롤모델로서 방향을 제시하고, 충북 지역의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특강이 진행된 학교의 명칭이나 구체적인 내용은 저희가 사진으로 기록해두었으며, 이를 보시면 어떤 활동이 이루어졌는지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고려인 고등학생들은 정부의 많은 정책에서 제외된 경우가 많습니다.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이들이 관심의 대상에서 버려져 있다, 혹은 소외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들은 외국인 학생 신분으로 대학 진학이 가능하며, 곧바로 사회로 나아가 직장에 취업할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올바른 대학 입학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노동윤리와 직업윤리에 대한 교육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고, 이에 따라 우리 학과에서는 고등학생들을 주
요 대상으로 삼아 대학 입시 교육과 진로 지도 교육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고려인 청소년들에 대한 교육은 단편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며, 매우 다각적인 방식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단지 고려인 학생들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이들과 연계된 한국인 교사, 한국인 학생, 고려인 학생의 부모, 그리고 고려인 학생 본인까지 모든 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하고 협력할 때 진정한 진로 지도와 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 학과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에 대한 관심을 넘어, 고려인 고등학생들을 중심에 두고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청주시와 충북 지역 주민들에게 ‘고려인이란 누구인가’, ‘우리가 생각하는 고려인의 모습과 실제 모습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에 대해 알리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고려인들이 정부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들이 다문화가정 자녀가 아닌 ‘외국인’ 신분이기 때문에, 다문화가정 지원 사업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우리가 반드시 바로잡고 공유해야 할 사실입니다. 그래서 고려인들은 정부의 재정 지원이나 관련 사업들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려인들이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는 오해를 가진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에 우리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고려인은 어떤 사람들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실상을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고려인 청소년들이 우리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대학 진로지도 교육, 독서교육, 스포츠 활동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취지로 2025년 2월 22일, ‘코리아인’ 동아리를 창설하였습니다. 이 동아리는 고려인이라는 발음을 차용함과 동시에, ‘코리아 사회 속으로 고려인이 빠르게 들어오게 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코리아인’ 동아리는 고려인 학생들과 함께 봉명동 일대의 환경 정화 활동, 부모산 환경 정비 활동, 배드민턴, 탁구, 등산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동아리 활동을 중심으로 고려인을 둘러싼 일자리, 교육, 주택 등 다양한 사회 문제가 함께 논의되고 있습니다.
오늘의 이 포럼을 통해 우리가 고려인들이 우리 사회에서 겪고 있는 일자리, 교육, 주택과 같은 다양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다양한 문제의 한 가운데에는, 이분들이 오랫동안, 거의 160여 년 이상 떨어져 살았기 때문에 한국어 교육에 대한 문제가 대단히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이러한 분야에 충분히 개입하고 이분들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고려인들, 이주민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오늘 포럼 초반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들이 단순한 임시 노동자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이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이주민을 위한 성별·연령별 평생교육 시스템 구축과 같은 여러 가지 정책을 마지막으로 제안드리고자 합니다. 이 자리에서 모든 내용을 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충청북도가 제안하고 있는 정책들을 여러분께서 관심 있게 자세히 살펴봐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우리 외국인 이주민이 지역사회에서 선주민들과 함께 살아가는, 문화다양성이 인정되는 충청북도를 함께 만들어가기를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